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어디
조용한 시골
양지바른 곳에
아담한 황토집을 짓고
당신과 둘이서
오손도손 살아보고 싶어
세월이 많이흘러
젊은 날의 열정도 식어버리고
그렇게 좋은 것도
그렇게 나쁜 것도 없는
무덤덤한 날들이 될지라도
내 가슴 한켠에
고이 간직한 그 시절의 추억만큼은
결코 빛바래지는 않을것 같아
당신이 남긴
글들과 손편지
다정한 선물들이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까
이렇게 추운 겨울도
밀려오는 봄기운에
자리를 내주고
새싹이 돋을때면
가까운 시냇가로 나가보자
눈 녹인 개울물이
졸졸졸
우리의 잠자는 영혼을 깨울때
따뜻한 양지녁에 마주 앉아
불어오는 봄바람을
추임새 삼아
우리 잘 짓는
시를 한번 지어보자
젊은날
삶의 무게에 눌려
타오르는 정열에 기대어
지었던
뜨거웠던 시는 아니더라도
마주 보는 미소 속에 그려볼
시제는 끝이 없을거야
뜨거운 여름이 오면
집 건너편에 서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로 피서를 가자
돛자리 펴고
편안하게 앉아
이따금씩 산등성이 타고
내려오는 산바람 반주삼아
우리 국민학교때 배운
동요좀 같이 불러 볼까
나 노래 잘해
악보 없어도 동요 열곡 정도는
그냥 불러 줄수 있어
고향땅 과수원길
과꽃
보름달둥근달 퐁당퐁당돌을던지자
섬집아기
풀냄새 피어나는 언덕에 누워
낮에 놀다 두고온
고향에봄 등등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오이 두어개 따다가
시원하게 오이냉국 만들어 먹자
낙엽지는 가을이 오면
이른 저녁 해 먹고
마당 한가운데 대나무 평상 펴놓고
별구경하자
북두칠성도 보고 십자성도 보고
오래전에
저 별들 속에 묻어 두었던
추억들 하나씩 둘씩
꺼집어 내어
누가 더 사랑했나
내기해 볼까 ?
아마도
내가 훨씬
더 당신을 좋아했을걸
난
한시도
당신을 잊어본적이 없으니까
밤이 깊어
어깨가 오싹해지면
따듯한 커피한잔 마시며
재즈 음악을 듣자
내가 지난날
카페하면서 모아 놓은
음악이 무척이나 많거든
은은한 호롱불아래
소파에 기대
살짝 잠이든 당신을 보면
가만히 다가가
코끝을 살짝 깨물어 줄꺼야
언젠가
꼭 한번은 그렇게 해보고 싶었거든
창밖에 달님이 흉봐도
난 상관없어
그만큼 당신이 좋으니까
북풍한설 불어오는
겨울에는
우리 둘이
눈 맞으러 나가보자
우산도 쓰지 말고
러브 스토리에
스노우 플로릭처럼
눈 밭에 함 쓰러져 볼까
눈사람 만들어 검댕이 숯으로
눈썹도 붙이고
오랜만에 눈싸움도 한번 해보자
그래도
내 안경은 맞히면 안돼
깊어가는 겨울밤
부엉이 소리 처량하면
같이 도란 도란 한시집을 읽어보자
황진이도 만나고 매창도 만나고
허난설헌도 만나고
문 밖에는
눈 내리는 소리만 사그락 거리고
가야금 열두줄 풍악에
우리네
겨울 이야기도
깊어만 가겠지
그리고
우리는 서로 고백할꺼야
당신을 만나서
인생이 참으로 행복했었노라고...
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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