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인 : 이 해 인

[스크랩] 이혜인 시모음

꿀꿀단지 2018. 1. 13. 11:33

당신이 보고 싶은 날

요즘에
당신이 더욱 보고 싶습니다.
지척인 당신을 두고서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운 마음에 견딜 수 없을 때면
이런 상상을 합니다.
당신이 꿈이었으면....

당신이 꿈이었으면
꿈속에 들어가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 텐데
하루종일 꿈속에 있기 위해
영원히 잠 속에 빠져들 수도 있을 텐데

당신은 지금 현실 속에 있습니다.
냉혹한 현실은 내 마음에 화살이 되어
저는 과녁이 됩니다.

또 한번의 그리움의 고난이 끝나면
남겨지는 내 삶의 체취들....
눈물들.... 그리움들....
그리고 사무치는 고독들....

조용히 생각하며
내 자신을 달랩니다.
당신이 꿈이었으면....





만남의 길 위에서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제가 아직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또한
아름다운 축복이며 의미있는 선물로
이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진정 당신과의 만남으로
저의 삶은 새로운 노래로 피어 오르며
이웃과의 만남이 피워 내는 새로운 꽃들이
저의 정원에 가득함을 감사드립니다

만남의 길 위에서
가장 곁에 있는 저의 가족들을 사랑하고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함께하는
벗과 친지들을 그리워하며
저의 편견과 불친절과 무관심으로
어느새 멀어져 간 이웃들을
뉘우침의 눈물 속에 기억합니다

깊게 뿌리내리는 만남이든지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만남이든지
모든 만남은 제 자신을
정직으로 비추어 주는 거울이 되며
인생의 사계절을 가르쳐주는 지혜서입니다

사람들의 서로 다른 모습들만큼이나
다양하게 열려오는 만남의 길 위에서
사랑과 인내와 정성을 다하신 주님
나무랄 데 없는 의인 뿐 아니라
가장 멸시받는 죄인들에게조차
성급한 판단과 처벌의 돌팔매질보다는
자비와 연민으로 다가가셨던 주님

당신의 그 모습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일에서도
늘 계산이 앞서고
까다롭게 따지려드는
저의 옹졸함이 너무도 부끄럽습니다
습관적으로 남을 먼저 판단하고
늘상 이웃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이기적인 태도로
슬픔과 상처를 이웃에게 더 많이 주었으며
용서하는 일에는 굼뜨기 그지 없었음을 용서하십시오

때로는 만남에서 오는 축복보다
작은 근심과 두려움을 더 많이 헤아리며
남을 의심하는 겁쟁이임을 용서하십시오

앞으로도 멀리 가야 할 만남의 길 위에서
저의 비겁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당신처럼 겸허하고 자유로운
기쁨의 순례자가 되게 해주십시오

반갑고 기쁘게 다가오는 만남 뿐 아니라
성가시고 부담스런 만남까지도
사랑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깊고 높은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저는 비록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지만
사람을 사랑 할 줄 아는 좋은 사람으로
좋은 만남을 이루며 살고 싶습니다

많이 사랑할수록 더 맑게 흐르는
주님의 바다를 향해
저도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며
쉬임 없이 흘러가는
작지만 아름다운 시냇물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의 숲속에서 1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
도토리만한 기쁨을 주워먹으며
마음도 영글어 가는
한 마리의 신나는 다람쥐

때로는 동그란 기도의 알을 낳아
오래오래 가슴에 품어두는
한 마리의 다정한 산새

당신의 숲속에서 나는
사유(思惟)의 올을 풀어내며
하늘 보이는 집을 짓는
한 마리의 고독한 거미

그리고 때로는
가장 조그만 은총의 조각들도
놓치지 않고 거두어 들이는
한 마리의 감사한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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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에게 2

내가 누구인지 벗이여
오늘은 그대에게 묻고 싶다

잠에서 깨어나
거울 앞에서 바라보는
낯선 얼굴의 나

밤길을 걷다
나를 따라붙는
나보다 큰
나의 검은 그림자가
두렵고 낯설었다

어젠 내가
나와 친해질 나이도 되었는데
갈수록 나에게 멀어지는 슬픔
나를 찾지 못한 부끄러움에
오늘도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내게
벗이여
무슨 말이라도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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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갠 아침

비갠 아침
하나의 태양이
온 세상을 골고루 비춘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듯한 기쁨.

꽃의 죽음으로 태어난
한 알의 사과를
아무런 고마운 마음도 없이 먹어버린 데 대한
조그만 슬픔

사랑하는 이가 앓고 있어도
대신 아퍼줄 수 없고
그저 눈물로 바라보아야만 하는
뼈아픈 막막함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배운다
그리고 조금씩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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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위에서

그 누구를 용서 할수 없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이야기는 나만이 아는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못할 일들을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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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첫눈, 첫사랑, 첫걸음
첫약속, 첫여행, 첫무대
처음의 것은
늘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순결한 설레임의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새해 첫 날
첫기도가 아름답듯이
우리의 모든 아침은
초인종을 누르며
새로이 찾아오는 고운 첫 손님

학교로 항하는 아이들의
나팔꽃 같은 얼굴에도
사랑의 무거운 책임을 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아버지의 기침소리에도
가족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하는
어머니의 겸허한 이마에도
아침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새 아침의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밤새 괴로움의 눈물 흘렸던
기다림의 그 순간들도
축복해주십시오. 주님...

듣는 것은 씨 뿌리는 것
실청하는 것은 열매 맺는 것' 이라는
성 아오스딩의 말씀을 기억하며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겉돌기만 했던 좋은 말들
이제는 삶속에 뿌리내리고 열매 맺는
은총의 한해가 되게 하십시오

사랑과 용서와 기도의 일을
조금씩 미루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비켜가고
어느새 죽음이 성큼 다가옴을
항시 기억하게 하십시오

게으름과 타성의 늪에 빠질 때마다
한없이 뜨겁고 순수했던
우리의 청 열정을 새롭히며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하는 일
정을 나누는 일에도
정성이 부족하여
외로움의 병을 앓고 있는 우리

가까운 가족끼리도 낯설게 느껴질 만큼
바쁘게 쫓기며 살아가는 우리
잘못해서 부끄러운 일 많더라도
어둠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밝은 태양속에 바로 설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길위의 푸른 신호등처럼
희망이 우리를 손짓하고
성당의 종소리처럼
사랑이 우리를 재촉하는 새해 아침

아침의 사랑으로 먼 길을 가야 할 우리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쁨으로
다시 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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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옷은 입을수가 없네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
소리치다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본 하늘
꿈에 본 하늘이
하도 반가워

나는 그만
그 하늘에 빠지고 말았네

내 몸에 내 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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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의 영토

기도는 나의 음악
가슴 한복판에 꽂아놓은
사랑은 단 하나의
성스러운 깃발

태초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

애처로이 쳐다보는
인정의 고움도
나는 싫어

바람이 스쳐가며
노래를 하면
푸른 하늘에게
피리를 불었지

태양에 쫓기어
활활 타다 남은 저녁 노을에
저렇게 긴 강이 흐른다

노오란 내 가슴이
하얗게 여위기 전
그이는 오실까
당신의 맑은 눈물
내 땅에 떨어지면
바람에 날려 보낼
기쁨의 꽃씨

흐려오는
세월의 눈시울에
원색의 아픔을 씹는
내 조용한 숨소리

보고싶은 얼굴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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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꿈을 잃고 숨져 간
어느 소녀의 넋이
다시 피어난 것일까.

흙냄새 풍겨 오는
외로운 들길에
웃음 잃고 피어난
연보랏빛 꽃

하늘만 믿고 사는 푸른 마음 속에
바람이 실어다 주는
꿈과 같은 얘기
멀고 먼 하늘 나라 얘기

구름 따라 날던
작은 새 한 마리 찾아 주면
타오르는 마음으로 노래를 엮어

사랑의 기쁨에 젖어 보는
자꾸
하늘을 닮고 싶은 꽃.

오늘은
어느 누구의
새하얀 마음을 울려 주었나...

또다시 바람이 일면
조그만 소망에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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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나무처럼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묻고
홀로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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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는 말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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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너는

친구와 나란히 함께 누워 잠잘 때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누고 싶어
불끄기를 싫어하는 너였으면 좋겠다

얼굴이 좀 예쁘지는 않아도
키가 남들 만큼 크지는 않아도
꽃내음을 좋아하며 늘 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꿈을 간직한 너였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 누군가를 위해
작은 우산을 마련해 주고 싶어하고
물결위에 무수히 반짝이는 햇살처럼
푸르른 웃음을 반짝이는 너였으면 좋겠다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애써 마음을 정리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편안한 친구의 모습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너였으면 좋겠다

한잔의 커피향으로 풀릴것 같지 않은
외로운 가슴으로 보고프다고 바람결에 전하는
사랑을 한아름 안아들고
반갑게 찾아주는 너였으면 좋겠다

나를 소중히 안겨주는
온통 사랑스러운 나의 너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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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면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나의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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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앞에 나는

당신 앞에 나는 꼼짝도 할 수 없는 항아리예요
비켜 설 땅도 없는 이 자리에서
당신만 생각하는 길고 긴 밤 낮
나는 처음부터
뚜껑없는 몸이었어요
햇빛을 담고,바람을 담고,구름을 담고
아직도 남아있는 비인 자리
당신만이 채우실 자리
당신 앞에 나는 늘 얼굴없는 항아리
기다림에 가슴이 크는 항아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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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로 하는 날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닫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걸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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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속에서
나는 당신께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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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말

감추려고
감추려고
애를 쓰는데도

어느새
살짝 삐져나오는
이 붉은 그리움은
제 탓이 아니에요

푸름으로
눈부신
가을 하늘 아래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터질 것 같은 가슴

이젠 부끄러워도
할수 없네요

아직은
시고 떫은 채로
그대를 향해
터질 수밖에 없는

이 한 번의 사랑을
부디 아름답다고
말해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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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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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날의 편지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주십시오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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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을 바라보며

당신은
늘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과 같습니다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다
잠시 눈을 들면
환히 펼쳐지는 기쁨

가는 곳마다
당신이 계셨지요
눈감아도 보였지요

한결같은 고요함과
깨끗함으로
먼데서도 나를 감싸주시던

그 푸른 선은
나를 살게 하는 힘

목숨 걸고
당신을 사랑하길
정말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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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엽서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출처 : 실버님들 사랑방~~☆★☆
글쓴이 : 안드레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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